2021. 7. 5. 15:39ㆍ해외이야기
몇해 전 처음으로 태국땅을 밟았을 당시의 나는
기초적인 태국어 표현을 익히느라 부단히 노력했어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거나, 물건을 살때 등
일상생활에 자주 사용하는 중요 표현들을 암기했지
하지만 집에서 작업을 하거나 밖에서 술마실 때도
한가지 단어가 계속 나의 뇌리속을 맴돌곤 했어
정확히 한국어로 딱 잘라 정의 할 수 없었던 단어
그것은 바로 두 번째 애인을 뜻하는 "끽"이었던 것이야
뭐라 특정되지 않고 딱히 정의할 수도 없었던
나에겐 마치 동화속에 존재할것 같은 신비로운 "끽"
주변의 태국친구들에게 이것에 대해 정확한 의미를 물었지만
대부분 웃어넘기거나 답변 또한 천차만별이었어
누구에겐 이성친구나 애인과 비슷한 존재일것이며
또 다른 누구에겐 단지 육체적인 파트너에 머물거야
하지만 이미 애인이 있는 상황에 끽을 만들려 하거나
싱글이지만 여러명의 끽을 두는건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야
태국에서도 이 끽을 두고 세대별로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데
어른 세대들의 경우 단순히 육체적 관계로만 바라보지만
10대나 20대의 젊은 세대들에게 있어서 끽이 의미하는것은
악의가 섞이지 않은 순수한 친구로써의 비중이 높은듯 해
그들에게 끽의 존재는 단순한 남사친/여사친으로써
일반 친구보다는 좀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이지
하지만 대부분은 성적으로 끌리는 특별한 친구를 의미하며
남녀노소 끽을 두는것에 대해서는 곱게 보지는 않고 있어
태국에서는 주로 남자들이 여자보다 끽을 만는것에 적극적이며
사전적 의미로 두 번째 애인, 즉 육체적인 파트너를 뜻하는 끽
태국여자들은 남자친구에게 끽이 있어도 쉽게 헤어지지 못하는데
현실적으로 괜찮은 남자는 적고, 다른놈들도 바람둥이가 많기 때문이지
끽은 물론 태국 문화에 대해 문외한이던 Minos
그런 내가 그것에 대한 지식의 폭을 넓힌 계기는
나도 모르게 어느샌가 누군가의 끽이 되면서 부터이며
그 치욕적이지만 한편으론 달콤했던 끽 시절의 이야기를 시작할게
한 섹시하고 귀여운 태국여자의 끽으로써의 생활이 시작된것은
내가 거주중이던 고급 콘도의 휘트니스에 가입하면서 부터야
한국의 피트니스에서는 별 신경쓰지 않았던 주변 사람들
사람사는건 다 비슷한지 태국에서도 비슷한 부류를 보니 좀 재밌더라구
스테로이드로 쳐바른듯한 과도한 근육질을 뽐내는 사람
운동을 하는건지 마는건지 러닝머신에서 유튜브보는 아지매
거울앞에서 아령을 든 본인의 근육에 감탄하는 사람
바벨을 들어올릴때 마다 미친듯이 괴성을 지르는 사람
마지막으로,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는 아름다운 몸매의 레깅스녀
그녀는 20대 중반에 잘록한 허리와 튼실한 골반을 자랑하며
항상 타이트한 레깅스를 입은채 운동하는 모습이 매력적인 여성이었어
그녀도 주변의 남자들이 본인을 쳐다보는걸 은근 즐기는것 같았고
나 또한 여자보기를 돌같이 하지만 그녀에게 끌리는건 사실이었지
하지만 김치녀의 태국버전처럼 허세로 온몸을 치장하고
주변 남자들의 관심까지 쏟아지니 콧대가 하늘을 찌르던 그녀
태국을 찾은 나의 주요 목적은 이곳의 문화와 역사를 탐구하는것
자연스레 김치녀 스타일의 그녀는 나의 관심사에서 멀어졌어
아무튼 내가 거주하던 콘도의 10층에는 수영장과 공원이 있어서
나는 저녁만 되면 이곳을 산책한 후 책을 읽는걸 즐겨했어
그런데 어느새부터 내가 나오는 시간을 파악이라도 한 듯
보란듯이 몸매를 뽐내며 운동하는 여자가 있었는데, 다름아닌 레깅스녀!
내가 공원안으로 들어가자 우연히 마주친 듯 반갑다며 인사하는 그녀
그리고 본인이 만든 음료를 건네주더니 자연스레 말을 걸기 시작했어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그 날부터 그녀와 가깝게 지내기 시작했고
이걸 흔히 말하는 데이트라고 한다면....뭐....그럴 수도...
그런데 그녀는 데이트 할 때마다 항상 나의 집안에서 보는걸 원했고
나간다 해도 주로 드라이브만 고집하는 등, 처음엔 좀 독특하다 여겼지
그리고 이따금 수쿰빗의 식당이나 쇼핑몰에서 데이트 할 때는
꼭 본인과 오랜 베프인 여자애를 불러서 같이 만나곤 했어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왜 그랬는지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한 달이 지난 어느날 저녁, 그녀에게 진지한 관계를 제안했어
그 말이 끝나자 고개를 숙인 그녀는 결국 사실을 털어놓았고
그녀에게는 이미 전부터 사귀던 남자친구가 있었던 것이야
잠시 멍해진 표정의 나는 "그럼 밖에서 만날 때 마다 나왔던 친구는 뭐야?"
"혹시라도 남자친구랑 마주칠 경우에, Minos랑 둘이 커플인척 하려고 데리고 나갔어"
정리하자면 그녀의 남자친구는 "끽", 즉 두 번째 여친을 사귀고 있었고
그녀도 복수하고자 여러곳을 물색하다가 우연히 피트니스를 가입했다고 해
그곳에서 그녀의 눈에 띄어 , 결국 그녀의 "끽"으로 낙찰된 Minos
예상치 못한 그녀의 고백에 황당하지만, 배신감 보다는 스릴이 느껴지는건 뭘까?
그 날 이후로 일과가 끝나면 그녀는 약속이라도 한 듯 내 집앞까지 찾아왔고
오히려 이전보다 더 달콤한 시간을 보냈지...물론 오가는 대화는 별로 없지만
그녀는 휴대폰에 나의 전화번호를 여자의 이름으로 저장해 놓고
내 집에 올때는 운동을 하지 않아도 항상 가방에 옷을 챙겨온 후
일부러 싱크대에서 운동복과 타월을 살짝 적셔서 걸어놓았는데
남자친구가 "운동하러 간 애가 옷이 그대로냐" 물을 경우를 대비해서지
하여튼 학원에서 배우기라도 했는지 그녀는 흔적을 감추는건 귀신같았는데
만약 그녀가 주말 내내 우리집에서 지내고 싶어할 경우에는
멀리 여행갔었다는 증거로 버스티켓도 준비하는 등 철두철미한 그녀
긴장한 얼굴이지만 그 상황을 즐기던 그녀, 지금도 잊지 못할만큼 섹시했지
하지만 언젠가는 이 관계를 끝내야 한다는걸 알고있던 Minos
또한 모든 이야기의 끝은 항상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되지는 않아
어느날 텅러의 한 Speak easy bar 에서 혼자 위스키를 마시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게임 체인저라 할 수 있는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된것이야
우아한 아름다움을 지닌 그녀는 지적이며 교양까지 갖췄으며
레깅스녀와 달리, 역사와 정치 등에 있어서 나와 관심사가 비슷했어
레깅스녀와 함께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녀를 만나기 시작했고
어차피 난 현재 "끽"이기에 레깅스녀를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거야
뭐 레깅스녀도 시시콜콜 나한테 말하지 않듯, 나 또한 비밀로 하고 있다가
지적인 그녀와 진지한 관계로 발전하면서 결국 말하기로 결심했지
평소처럼 나의 집을 찾아온 그녀에게, 쿨하게 "우리 그만하자" 라고 말했더니
나의 예상과 달리 그녀는 갑자기 눈물을 쏟으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어
비록 왕기초 태국어 회화를 공부하지만 그녀는 내가 알아들을 수 없게
짜오추~ 뭐 어쩌고 저쩌고 태국어로 온갖 욕설을 섞어 소리쳤지
어차피 난 너에게 "끽"으로 데리고 놀던 장난감일뿐 아무것도 아니잖아!
그러자 그녀는 내 뺨을 때리고 팔을 꼬집으며 "떠나지 마!"하며 울부짖었지
잠깐 이성이 돌아온듯한 레깅스녀는 지적인 그녀가 어떤 여자인지 물어보며
당장 찾아가서 혼내주겠다며 협박을 하기 시작했어
아니... 그럼 나한테 평생 지 "끽"으로 장난감처럼 살라는 이야기야 뭐야??
결국 나는 그녀의 끽으로서의 활동을 끝냈고 그녀 또한 피트니스를 그만 두었지
비록 한때는 끽이었지만, 이성친구와 비교해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그 미묘한 경계를 이해하기란 한국인인 나에겐 여전히 쉽지않아
게운하게 끝나지 않은 나의 끽으로서의 짧고 강렬했던 삶,
하지만 그 순간 만큼은 잊지 못할만큼 짜릿했던 경험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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