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2. 1. 12:05ㆍ해외이야기
호치민은 베트남 최대의 상업도시로
많은 한국 및 일본기업이 진출해 있어
따라서 한국과 일본의 주재원이나
유학생들도 증가하는 추세야
레탄톤 거리는 이러한 사람들의 수요를 흡수하는데 최적화된 지역으로
도처에 일본계 식당과 상점들이 들어서서
"일본인 거리"나 "리틀 도쿄"로 불리고 있지
이 거리는 똔 득탕 거리에서 시작하여
벤탄시장의 뒷면을 지나는 긴 길이며
사이공 강쪽 방향으로 걷다보면 미로처럼 얽혀있는 길을 발견할 수 있어
이곳에 밀집한 십 수군데의 마사지 샵 입구에서
"이랏샤이 마세"라며 호객행위를 하는 베트남 여성들
지난주 바로 이곳에서, 또 다른 인연을 만나게 된 것이야
그녀의 이름은 Nheong, 느으~엉 이라고 발음을 하던데, 어렵더라구
"몇살일것 같아요?"라고 묻길래
솔직히 20대 후반으로 보여서 선심쓰듯 27살? 이랬더니
화들짝 놀라면서 24살이라고 강조하는 그녀
베트남에서는 여자나이 25세 전후로
명암이 엇갈리기에 한 살차이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듯 해
하루종일 뒷골목을 싸돌아 다녀서 뭉친근육을 풀고 싶었던 나에게 있어서
90분간 그녀가 해준 마사지는 기대 이하였어
그도 그럴것이, 순진한 Minos에게 있어서
이곳이 마사지에 특화된 곳이 아니란 것은
대충대충 마사지를 마친 그녀가 귓가로 "두 가지" 옵션을 속삭일 때 알게된 것이지
지금까지 전 세계를 돌면서 돈을 주면서 까지 여자를 만난적이 없는 나로써는
그녀의 제안은 전혀 솔깃하게 들리지 않았어
오로지 나의 관심사는 그녀들의 과거와
이곳에서의 삶에 관한 것이었기에
단도직입적으로 그녀에게 데이트를 신청하게 된 것이야
이런 나의 당돌함에 황당한 눈빛을 짓던 그녀는
이윽고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가득한 눈빛으로 바뀌더니
보스라 불리는 언니에게 사정을 말하고 처음만난 나를 따라나오게 된 것이지
호치민에서 차로 두 세시간 떨어진
Binh Phuoc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그녀
마사지 샵에서 일하기 전에는
이모가 운영하는 식당과 커피숍에서 일했다고 해
이모의 식당에서 한달동안 잡일하고 당시 그녀가 받은 월급은 40달러
40달러!!! 이런 미친!!!
월급 4만 5천원이란 말에 경악을 금치 못했지
베트남은 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저임금 국가
지방의 물가가 아무리 싸다고 하더라도
40달러로는 부모님은 커녕 본인 앞가림도 어려웠던거야
그녀에 따르면 호치민 시내의 상당수 사람들은
본인과 같이 돈을 벌기위해 상경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해
또한 그들 중 대부분은 어린나이에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안고있지
그녀의 경우는, 본인이 외동딸이기에
그 부담의 크기는 더할 수 밖에 없으며.
어린나이에 이미 "희생"이란 단어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상황이었어
더욱 놀라웠던 것은, 부모님은 물론이며
조부모까지 본인의 수입에 의지하는 상황이라는 거야
어린딸은 생계의 수단으로 당연하게 이용하는
부모들의 상황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그러한 현실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본인의 행복이라 여기는 그녀를 보며,
직업의 귀천을 떠나, 그녀가 존경스러울 정도였지
그녀에 따르면, 이곳에 위치한 마사지 업소는 대략 스무곳 남짓
업소마다 대략 열명 안팍의 여성들이 일하고 있으며
개인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한 명당 월 평균
3,000~4,000 달러를 벌어간다고 해
이쯤되니, 그녀의 모든 가족들이
왜 그녀에게만 의지하는 이해가 되기 시작했어
베트남 일반 근로자들의 월급은 30만원 수준
그녀들은 베트남 평균의 10배 이상을 벌고 있는 셈이지
비록 찰거머리와도 같은 가족과 친척들이 수입의 상당부분을 빨대꽂고 빤다손 치더라도
여전히 그 돈은 베트남에서 매우 큰 금액인 것은 분명해
한달에 하루 쉬면서, 마사지 샵에서 보고 듣고, 경험하는것이 전부인 그녀들에게
인생에 있어서 이루고 싶은 유일한 꿈 또한 본인의 마사지 샵을 개업하는거라고 해
"오늘 왜 나를 따라 나온거야? 일을 쉬면 불이익 같은건 없어?"
"일하러 왔다가 외출하게 되면, 보스언니한테 50만동 내야해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왜 따라 나왔는지"
"그냥 나쁜사람 같지는 않아 보였어요"
"사실 Minos가 우리 가게에 들어오기전 길거리에서 스쳐지나쳤는데,"
"왠지 귀엽게 생긴것 같고, 인상이 너무 선해보였어요"
고등학교 때 짧게 첫 남자를 사귄 이후,
24살이 될 때까지 한번도 데이트를 해본적이 없다는 그녀
본인의 나와바리임에도 불구하고,
가는 곳마다 마치 처음 가는 것처럼 좋아하더라구
비록 시작은 데이트를 가장한 인터뷰였지만,
정말 사소한 것에도 저렇게 좋아하고 기뻐하며
바에서 울려퍼지는 비틀즈와 퀸의 노래를 생전 처음들었다는 말에
애잔한 마음이 들어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최대한 많은 경험을 시켜주려 했던것 같아
구글맵으로 찍으면, 그저 점으로 밖에 표시되지 않는 이곳
그저 스쳐지나가면 9천만 베트남 사람들 중 한명에 불과하지만,
그들 모두 가슴깊이 감춰든 그들만의 희노애락이 담긴 역사와 스토리가 있다는 거야
전 세계 수많은 여인들과의 데이트에 이미 지쳐버린 Minos 이지만
오후 7시부터 12시까지 그녀와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그녀의 나이대에 당연히 느껴야할 경험을 시켜주고자 노력했지
"Nheong! 부모님 보살피는것도 중요하지만, 너를 위한 인생을 설계하는게 더 중요해"
"사람은 누구나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고, 그것을 일깨우는데 노력이라는 촉매가 필요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과 타협하면서 끓어오르던 잠재력을 그냥 식혀버리지"
"Nheong 또한 현재의 삶이 그다지 나쁘진 않을거야"
"하지만 세상엔 정말 경험해 볼 가치 있는게 너무 많은데,"
"부모님, 조부모님, 친척들 보살피는게 최고의 행복이라 여기는 너를 보니 너무 안타까워"
"너 또한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있는 사람일꺼야"
"그리고 너 자신을 더욱 사랑할 줄 알게되면, 언젠간 삶을 변화시킬 힘이 생길거야"
아무말 없이 그저 듣고 있던 그녀는 고개를 떨구며 눈시울을 붉혔지
누구에게도 하소연 하지 못한 설움을 다른사람이 이해하고 대신 이야기 해준다는 것에
놀랍기도 하고, 속마음을 들킨것 같은 부끄러움에 고맙다는 말만 되뇌이며 흐느끼는 그녀
눈물을 멈추고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
'이 애가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 뭐 키스라도 바라는거야?'
그녀와의 관계가 깊어지는 것은 원치 않았기에, 서둘러 택시를 태워 보내면서
나 때문에 일을 빠진것이 미안해서 그녀의 손에 100달러 지폐를 쥐어주었지만
그녀는 한사코 거부하였고, 대신에 차에서 내리더니 아무말 없이 나를 감싸 안았어
"Minos! 오늘 당신을 만난건 정말 행운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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