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0. 6. 12:41ㆍ해외이야기
입구쪽에는 소총을 맨 경찰관들이 서 있었어
단순히 순찰을 하러 다니는듯 해
가뜩이나 음침한 동네에 와서 잔뜩 쫄아있는데,
무장경찰을 보니 다리가 움츠러들었지
이대로 걸음을 계속하는게 좋은 것일까
일부러 한국에서까지 왔는데,
본전도 없이 돌아갈수는 없는 일
책에서만 보았던 그 광경을 직접 눈에 새겨두고 싶었어
슬럼
이 거리를 따라 걸어가면 목적지가 나와
수도 다카에서 차로 네 시간
마리화나 냄새를 풍기는 듯한 그림같은 슬럼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판잣집이 밀집한 빈민가
마치 수세기동안 시대의 흐름으로부터
소외되어 버린 것처럼 황폐해진 상태야
유리창 안에서는 기분나쁜 녀석들이
힐끔 힐끔 이쪽의 형세를 살피고 있으며,
가끔 알 수 없는 말을 던져 오곤했어
지금이라도 누구한테 덥쳐지는건 아닐까
나는 불안해하고 있었지
그들로부터 희미하게나마 마리화나 냄새가 풍겨왔어
밤문화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이지만,
생각보다 위험한 곳까지
발을 디뎌 버렸는지도 몰라
상반신 알몸의 아저씨가 옆에서 말을 걸어왔어
"어이! 중국인? 일본인? 탕가일까지 왜 온겨??"
나는 수도 다카에서 북쪽으로 약 70 킬로미터 떨어진
탄가일이라는 마을에 와있어
근처에는 논과 밭 밖에 없어
이런 외진곳까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가이드 북에도 실려 있지 않고,
관광오는 외국인은 있을리 만무하지
"방글라데시에 가자! 관광객들이 몰리기전에 "
농담이 아니라 이것은 방글라데시 관광청이
내세운 [캐치 프레이즈]
자국내로 들어오는 관광객이 적기때문에
자학적으로 만든 홍보물이야
실제로 나말고 외국인 여행자는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어
그런 나라를 방문하고 직접 보고싶었던 것은
방글라데시 정부 공인의 유흥가 '호스트 빠 "
이슬람 국가인 방글라데시는
성에 대해 매우 보수적임에도 불구하고
공창제도가 존재하는 보기드문 나라야
외국의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옛부터
"탕가일에 매춘 지대가 있다"고 속삭여지고 있었지만
직접 보기전에는 알 수 없었기에
"이슬람 국가의 사창가는 도대체 어떤 곳일까?"
라는 관심을 오래전부터 갖게되었지
좁은 통로에 수많은 여성이 늘어서있어
이곳을 걸어다닐 때에는 용기가 필요해
걸음을 옮길때 마다 수백 명의 매춘부가
"뿌키뿌키"라며
야릇한 표정으로 말을 걸어왔어
현지에서는 "호스트 빠"라고 불리는
신조차 버린 사창가
십대 소녀에서부터 폐경은 지난듯 보이는
중년의 아지매들까지
좁은 골목 양쪽에 그녀들은
무표정으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지
그 중에는 분명히 장애를 안고 있거나
심각한 병을 앓고 있는듯한 여성까지 볼 수 있어
모두가 짙은 화장과 화려한 색상의 옷차림
음흉한 암컷의 냄새를 풍기는듯해
"헤이, 뿌키뿌키!"
그녀들은 나와 마주치는 즉시 “헤이 뿌키뿌키”라
외치면서 강제로 팔을 잡아당겼지
'뿌키뿌키'는 현지에서 SEX를 가리키는 은어
아시아에서는 여성의 음부를 가리키는 말이
SEX의 은어로 널리 상요되고 있지만,
여기, 방글라데시에서는
"뿌키뿌키"라고 한다고 해
10명 이상의 여성들이 동시에 둘러싸면
기쁘기는 커녕 두려움을 느낄정도야
그들의 우악스러움은 셔츠가 찢어질 것같았어
이대로라면 심연까지 끌려가 버릴듯했지
불과 5천원에 몸을 파는 여성들
이들이 제시하는 금액은 400다카
한화로 치면 불과 5천원 언저리
우리가 평소 점심에 지불하는 점심값정도에
몸을 팔고 있다는 것인가
현지의 작은 식당에서 카레를 먹으면
100 다카 정도
그래봤자 4인분 정도의 금액일 뿐
시대를 초월해 대대로 계승되는 생업
하지만 이곳에도 그녀들만의
삶 자체가 살아있는데,
골목안에는 작은 상점이나
차이(홍차) 가게까지 영업중이야
젖먹이를 안고있는 여인
가게를 보는 사람은 그녀의 남편
찻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와중에도
많은 이웃 여자들이 들락날락 거렸어
그녀들중 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그런데 갑자기 주인이
그녀들 중 한 명을 가리키며 말했지
"헤이, 꼬레안! 저여자 내 와이프야"
"뿌키뿌키 하겠는가?"
그렇다, 그의 아내또한 매춘부였다
거북함과 혼란스러움 때문에
일단 사창가 밖으로 나온 Minos
옆에 흐르는 시궁창을 따라 걷다 보면
현지의 남성들이 말을걸어온다
"뿌키뿌키 할래?"
"피곤하다, 하고싶지 않아"
사실 이곳의 현실에 직면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문명화된 도시에서 살다온 사람에게는
아무리 혈기왕성한 욕구를 갖고있더라도
자연스럽게 현자타임을 즐기는 여유를 갖게되는듯 해
"이봐, 너 카메라 꽤 좋은거 갖고있네"
"가족 사진을 찍어주지 않을래? "
영원히 끝나지 않는 연쇄
차이가게에서 그들의 가족사진을 찍고
혼란한 머릿속을 강타한 것은
하지만 여기에 살고있는 사람들에게
매춘은 면면히 계승되는 가업의 하나인 것이야
어린 시절부터 이런 환경에서 성장하면,
다른 삶의방식은 전혀 생각해볼 수도 없는것
그 사슬은 부모로부터 자식,
또 그 다음세대까지 영원히 계속된다
매춘과 알선업에서 손을 씻는것은
가족과의 절연과 같다
이곳에 사는 모두가 가족이나 친구들과
떨어져 살고싶어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평생을 여기서 살다가
죽는것도 그들에게 있어서는 나쁘지는 않을것이야
가난해도 가족과 친구가 더 소중한 그들
가족이나 친구들과 보내는 날들
그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닐까
대한민국 사람은 누구나 해외 여행을 할 수 있고
세계의 넓이를 알 수 있으며,
원하는 직업을 선택할 수도 있어
삶을 크게 바꾸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아
그러나 방글라데시 매춘슬램에서 태어난 경우
짊어진 숙명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지
그러고 보면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평등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
아니, 원래 행복의 가치 기준을
우리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것은 아닐까
어릴때부터 이미 끊임없는 경쟁이 시작되고
좋은대학, 대기업에 들어가는것에
큰 가치를 부여하는 한국을 보면
이곳과 비교해 커다란 위화감을 느끼게 돼
윤회
바퀴가 빙글 빙글 계속 돌듯이
사람은 몇 번이나 생사를 반복한다
방글라데시 매춘 슬램에 태어난 사람들은
과연 내세에서도 같은 삶을 바라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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